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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세 칼럼] ‘지명극’인가, ‘선출’인가…국민의힘은 왜 새벽에 후보를 확정했나

새벽 2시 공고, 새벽 3시 접수…민주주의의 문은 언제 닫혔는가
정치는 결과로 심판받지만, 민주주의는 절차로 평가받는다

오영세 | 기사입력 2025/05/10 [08:52]

[오영세 칼럼] ‘지명극’인가, ‘선출’인가…국민의힘은 왜 새벽에 후보를 확정했나

새벽 2시 공고, 새벽 3시 접수…민주주의의 문은 언제 닫혔는가
정치는 결과로 심판받지만, 민주주의는 절차로 평가받는다

오영세 | 입력 : 2025/05/10 [08:52]

▲ 뉴스보고 오영세 기자


[뉴스보고=오영세 기자] 2025년 5월 10일,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새벽 2시에 냈다.

 

등록 접수는 그로부터 불과 1시간 뒤,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제출서류는 무려 32종, 접수 장소는 오직 국회 본관 228호 오프라인 1곳뿐. 이건 선출인가, 아니면 예정된 연극의 마지막 장면인가.

 

김문수 후보가 5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후보로 선출된 지 정확히 1주일.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결렬된 직후, 돌연 터진 이 공고는 정치적 결정의 마침표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빈껍데기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형식은 법적, 내용은 독점

공고문은 당헌 제74조 제2항과 후보자선출규정 제26조를 근거로 삼았지만, 그 형식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조건들로 채워졌다. 새벽 시간대 공고와 단 1시간의 접수, 그것도 오프라인 현장 접수만 허용하는 방식은 공고가 아니라 통보에 가깝다. 더 정확히는 ‘경쟁 포기 각서’와 다를 바 없다.

 

제출 서류는 32종. 그것을 불과 1시간 사이에 준비하고 현장 접수까지 하라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공고였는가. 다른 모든 예비후보를 사전에 배제하기 위한 형식적 장치이자, 한덕수 후보 확정을 위한 의례 절차에 불과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단일화 실패 책임은 묻지 않고, 절차는 닫아버려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결렬 직후 “정당한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민주주의 파괴”라고 주장하며 ‘당무우선권’까지 발동했다.

 

그러나 진정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다면, 그 다음 행보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의 문을 여는 것이어야 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그 문을 새벽 2시에 조용히 닫았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논의는 정권 창출을 위한 필연적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결렬의 후속 조치가 ‘밀실 공고’와 ‘즉석 마감’이라면, 당은 단일화의 실패를 스스로 책임지기보다, 절차를 닫는 방식으로 회피한 셈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가 나와도, 그가 ‘어떻게’ 선택되었는지가 의심받는다면 그 정당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이번 공고문은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후보를 뽑은 것이 아니라, 결정된 후보를 '절차'로 포장했노라.

 

이는 정당의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다양성과 경쟁을 제거한 폐쇄 정치의 전형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당정치 전반이 겪고 있는 구조적 병폐의 한 단면이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왜 후보를 새벽 2시에 ‘선출’했는가?

그들은 왜 접수 시간을 단 1시간으로 제한했는가?

민주주의는 그렇게 작동하는가?

 

이것이 대한민국 보수 정당이 말하는 정치의 미래라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질문해야 한다.

 

정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민주주의는 언제부터 ‘공고’만 남고 ‘경쟁’은 사라졌는가?

 

“정치는 결과로 심판받지만, 민주주의는 절차로 평가받는다” 

 

▲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 (자료=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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