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저출산 시대, 서울교육의 미래를 묻다…서울시교육청·시의회 첫 공동 ‘담론의 장’ 열어학령인구 절반 시대 대비, 인구학–학교 현장–정책의 총체적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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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교육 담론의 장 ‘저출생 시대, 지속가능한 교육의 대전환’ 행사에 참석한 정근식 교육감, 박상혁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참석 내빈들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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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고=서울=오영세 기자] 대한민국 교육이 ‘저출산 쇼크’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어떤 지역은 교실이 비고, 다른 지역은 아파트 입주로 과밀이 반복되는 ‘수축과 팽창의 공존’ 현상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변동 속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함께 서울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첫 공식 담론의 장을 마련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4층 강당에서 열린 ‘저출생 시대, 지속가능한 교육의 대전환’ 포럼에는 학생·학부모·교원·교육행정가·학계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서울교육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함께 진단했다.
입구에 세워진 홍보물에는 눈밭에서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드는 그림과 함께 “저출생 시대, 지속가능한 교육의 대전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인구구조 변화 속 서울교육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교육 시스템 구축 방안 논의”라는 문장이 오늘의 무게를 말해줬다.
사회는 김한나 총신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교육청과 시의회가 함께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흔치 않다”며 “오늘 이 담론이 앞으로 서울교육 협치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박상혁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저출생 시대 서울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담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 정근식 교육감 “싸우지 않는 한 해…하지만 더 깊은 논의 못 해 아쉬워”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올해 서울교육청과 시의회가 보여준 협치를 돌아보며 “우리는 아이 중심이라는 원칙을 공유했고, 덕분에 불필요한 갈등 없이 굵직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초학력 ‘S-플랜’ ▲학습진단·성장지원센터 설립 ▲학교안전 정책 강화 등에서 의회가 보여준 협력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학생 마음건강 문제, 극단적 선택 예방, 농촌유학 등은 교육청과 의회가 함께 현장을 돌며 더 깊게 논의했어야 했다. 내년에는 교육위원들과 함께 더 많은 학교를 찾아가 취약지역을 살피고 싶다”며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또한 “협치의 본질은 역지사지”라며 “생각이 달라도 학생을 기준으로 대화를 이어갈 때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박상혁 교육위원장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저출생 시대 서울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담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 박상혁 교육위원장 “예산은 삭감이 아니라 재배분…기준은 오직 학생”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상혁 교육위원장의 발언은 한층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교육위원회 후반기 위원장으로서 올 한 해 가장 큰 원칙이 “모든 판단의 중심에 학생을 두는 것”이었다며 “정책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학생에게 유익한가라는 기준을 잃는 순간, 교육정책은 길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 수가 줄었다고 교육예산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재배분이 필요한 시기다. 예산은 삭감이 아니라 재배분이다”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의 고민을 구체적으로 꺼냈다.
또한 기초학력 정책, 학생 안전 대책, 학교자치, 미래교육 전환 등 올해 교육위가 집중해온 주요 과제를 언급하며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학교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현장 중심 정책 검증의 중요성을 말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정근식 교육감에게 직접 전한 메시지였다. “생각이 다를 때는 대화를 통해 조정점을 찾고, 뜻이 같을 때는 속도를 내자는 것이 제가 바라는 협치다. 서울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교육청과 의회는 동반자다.”
![]() ▲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인구학으로 본 미래 교육환경 변화’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 조영태 교수 발제…“중·고생, 2030년대엔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금이 골든타임”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인구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교한 도구”라고 말하며 서울교육이 마주한 구조적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해부하듯 풀어냈다.
그는 먼저 “2029년까지는 중·고등학생 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해 위기의식을 느끼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2030년대 중반이 되면 중·고등학생 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감소하게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공교육 혁신을 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 0~4세 영유아 세대가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한 출산 감소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출생아가 상위 소득층 가정에 집중되고, 한 아이에게 투입되는 기대와 자원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으며, 전국 4세 아동 10명 중 1명이 같은 시간 유치원 입학시험을 보는 ‘프리미엄 자녀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스란히 학교로 유입되며 교사–학부모 간 갈등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부모가 자녀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그 기대치는 모두 학교로 향한다”며 교사의 역할과 업무가 질적으로 더욱 복잡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또한 서울이 겪게 될 인구 변화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비대칭적 재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 출생아의 54%가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지방의 교육·사교육 기반 약화로 인해 더 많은 가구가 서울로 이동하면서 인구 감소 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완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서울의 안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학생 수 편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축 아파트 단지에는 단기간에 학생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기존 지역은 급속한 학교 위축을 겪으며 동일한 시간대에도 어떤 학교는 100명 규모로 줄어드는 반면 다른 학교는 1500명 규모로 팽창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군과 교육지원청의 경계를 포함한 교육 행정구역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의 초·중·고 학생들이 ‘태생부터 글로벌한 세대’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와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을 접하며 자라는 이 세대는 특정 국가 이미지나 문화를 책이 아니라 실시간 영상으로 소비하고, 전 세계와 동일한 코드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인공지능을 학습의 기본 도구로 삼는 첫 세대로, 기존 문제풀이 중심 교육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며 “AI를 금지하는 방식의 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는 이 세대에게 두 번째 뇌와 같다”고 표현하며, 앞으로의 교육과정은 AI 활용 능력, 창업·도전 정신, 문제 해결 역량을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의 마지막에서 조 교수는 교직의 위상과 매력도 문제를 강하게 짚었다. 그는 “MZ와 젠지 세대는 성장이 멈췄다고 느끼면 직업을 과감히 바꾼다”며, 교사의 성장 기회가 충분하지 않거나 과중한 갈등과 업무에 매몰된다면 교직 이탈은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교사 전문성 강화와 세계 경험 확대를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교사가 먼저 세상을 경험하고, 세계를 본 사람이 학생에게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정근식 교육감, 박상혁 위원장을 비롯한 패널들이 저출생 시대 서울교육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이어진 토론에서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소장은 학교 규모 양극화 문제를 학교 내부의 질적 요인보다 도시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 ▲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소장이 학교 규모 양극화와 도시계획 연계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그는 공시지가 지도와 학교 위치 지도를 겹쳐 제시하며 지방의 경우 땅값이 낮은 지역일수록 소규모 학교와 분교장이 집중되고, 서울에서도 불과 500m 반경 안에 100명대 소규모 학교와 1300명 규모의 대규모 학교가 공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초품아’ 현상은 학생이 단기간에 몰려 과밀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도시계획이 먼저 정해지고 학교는 뒤늦게 대응하는 구조였음을 지적하며, 재개발 초기 단계부터 교육 수요를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훈령을 개정하고 교육청과 서울시가 공동 계획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 방일순 서울중동초 교장이 저출생 시대 학교장 리더십 변화와 학교 문화 재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이어 방일순 서울중동초 교장은 인구 변화가 단순한 학생 수 감소를 넘어 학교 구성원의 세대와 가치관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알파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이자 글로벌 감각을 타고난 세대로 규정하며, 이들을 둔 학부모 세대는 국가가 인정할 만큼 자녀에게 투자하는 ‘프리미엄 자녀 시대’의 부모라는 점을 짚었다.
그에 따라 학교에 대한 요구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교사의 세대적 특성과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의 연령대는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어 리더십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청과 시, 학교가 함께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설계하지 않으면 학교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김영선 경기여고 교장이 학령인구 감소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고교체제 재설계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김영선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장은 저출생을 바라보는 전환적 관점을 제시하며, 학생 수 감소는 위기가 아니라 교육의 질을 새롭게 재구성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교 현장에서 이미 학생 수 감소가 개별화 교육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으며,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진로 맞춤형 수업도 더욱 현실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사 배치 기준과 학교 조직이 여전히 대규모 학교 체제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 인구 변화에 걸맞은 고교체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재구조화는 단순히 학교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운영 역량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 되어야 하며, 교과 선택권 확대에 맞춰 교원의 전문성 재교육과 유연한 인사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급 수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학교가 지역 커뮤니티와 돌봄, 교육 플랫폼으로 새롭게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는 학교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은 도시의 미래 경쟁력”이라며 “서울이 대한민국 교육혁신의 실험실이 되어야 하고, 지금이야말로 교육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좌장을 맡은 김한나 교수는 오늘 논의가 저출생을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저출생을 더 이상 아이 수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지금은 교육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예산 축소는 공교육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혁신과 연구, 교사 성장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상혁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아이 중심이라는 원칙 아래 의회가 책임 있게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저출생 시대, 지속가능한 교육의 대전환.’ 오늘의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예산, 그리고 실제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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