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육사의 시, 264 청포도 와인이 되다2026 FICB 한국와인기사단 안동 와인 투어…이육사 와이너리에서 만난 K-와인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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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4청포도와인 이동수 대표가 6일 열린 2026 FICB(세계와인기사단연맹) 한국와인기사단 기사작위식에서 안동 지역 와인과 청수 품종의 특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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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고, 안동=오영세 기자] 2026 FICB(세계와인기사단연맹) 한국와인기사단(김동준 총사령관, 오이코스대학교 호텔외식와인경영전공 주임교수) 기사작위식 및 안동 와인 투어의 공식 일정으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은 안동 도산면 264 청포도 와이너리.
한국 와인의 경쟁력과 안동 와인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번 투어는 지역 와이너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도산서원을 둘러본 뒤 마지막 일정으로 264 청포도 와이너리를 찾아 이동수 대표로부터 와인 제조 과정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듣고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여름 햇살 아래 포도밭에는 올해 수확을 앞둔 청수 포도가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었고, 와이너리 안은 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발효조에서는 청포도가 천천히 와인이 되어가고 있었고, 저온 저장고에는 병입을 마친 와인들이 소비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인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동수 대표의 첫마디에는 40여 년 동안 포도와 씨름하며 자신만의 와인을 완성해 온 장인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264 청포도 와인은 안동 도산면의 맑은 공기와 큰 일교차, 청량산 자락의 자연환경 속에서 재배한 국내 육성 품종 '청수'로 빚어진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을 받고 밤에는 산바람과 안동댐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를 머금은 청수 포도는 풍부한 과일 향과 산뜻한 산미를 품는다. 이러한 자연이 264 청포도 와인의 개성을 완성한다.
"우리는 교반을 하지 않습니다"…40년이 만든 발효 철학
![]() ▲ 이동수 264 청포도 와인 대표가 발효실에서 참가자들에게 자신만의 무교반(無攪拌) 자연발효 방식과 청수 포도로 빚는 와인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와이너리 내부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발효 과정이 공개됐다. 이동수 대표는 발효조를 가리키며 자신만의 양조 철학을 차분히 설명했다.
"우리는 포도를 껍질째 약 열흘 동안 함께 발효한 뒤 껍질을 제거하고 다시 발효를 이어갑니다.“
더 놀라운 것은 발효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발효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교반(攪拌)을 실시해 효모 활동을 돕지만, 그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교반을 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효모도 최소한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50여 개의 발효 탱크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효모 역시 국내 일반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양의 극히 일부만 사용한다. 자연 그대로의 발효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그의 고집이다.
이 대표는 "시간이 최고의 양조사"라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발효를 끝까지 믿는다고 말했다.
스위트 와인의 비밀…당도를 멈추는 기술
대표는 스위트 와인의 제조 비밀도 공개했다. "당도를 남기려면 발효를 멈춰야 합니다. 그래서 온도를 영하 가까이 떨어뜨려 효모 활동을 정지시키고 여과를 합니다.“
효모가 더 이상 당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순간적으로 발효를 멈추는 기술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와인이 '꽃'과 '한별'이다. 자연스러운 과일 향과 은은한 단맛은 이러한 세심한 공정에서 탄생한다.
현재 264 청포도 와이너리는 연간 약 53톤의 청수 포도를 발효한다. 750㎖ 기준 약 5만3000병 규모다.
이동수 대표는 직접 2000평 규모의 포도밭을 재배하고 있으며, 안동 지역 계약농가 13곳과 함께 최고 품질의 청수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좋은 포도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와인의 품질은 결국 포도가 결정합니다.“
대량 생산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그의 철학은 와인 한 병 한 병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육사의 시가 와인이 되다
이날 와이너리 방문은 '2026 FICB 한국와인기사단 기사작위식 및 안동 와인 투어' 프로그램의 마지막 일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이동수 대표의 안내로 발효실과 병입시설, 저온 저장고 등을 둘러보며 264 청포도 와인의 제조 과정과 품질 관리 시스템을 직접 살펴보고, 대표 제품인 '꽃', '한별', '광야', '절정'을 시음했다.
![]() ▲ 264 청포도 와이너리 시음장에서 이동수 대표의 아들이 참가자들에게 대표 와인인 '꽃', '한별', '광야', '절정'을 시음하며 제품별 특징과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264 와인은 네 가지 라인업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은은한 단맛과 과일 향이 특징인 '꽃'(Medium Sweet, Alc. 11.5%), 청량한 기포가 살아 있는 스파클링 와인 '한별'(Sparkling Medium Sweet, Alc. 8.15%), 담백하고 깊은 풍미의 드라이 와인 '광야'(Dry, Alc. 12.5%),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절정'(Medium Dry, Alc. 13.5%)이다.
![]() ▲ 안동 도산면 이육사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절정, 꽃. 광야, 한별 와인. (사진=오영세 기자) |
제품 이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와인이 탄생한 도산면은 독립시인 이육사 선생의 고향이다. '광야', '절정', '꽃', '한별'은 모두 이육사의 대표 시편에서 가져왔다. 절개를 굽히지 않고 조국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시인의 정신을 한 병의 와인에 담아낸 것이다.
병 라벨 또한 시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했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 소비자는 술 한 잔을 넘어 이육사의 문학과 안동의 역사, 그리고 청수 포도가 품은 자연을 함께 음미하게 된다.
K-와인의 가능성을 입증하다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품질은 이미 국내에서도 인정받았다.
264 청포도 와인은 2023 K-와인 브랜드 대상, 2025 제12회 한국와인대상 그랑골드(Grand Gold)를 수상하며 브랜드 가치와 품질을 동시에 입증했다. 단순한 지역 특산품을 넘어 한국 와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시음한 참가자들도 "외국 화이트 와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깔끔한 산미와 은은한 향, 긴 여운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수 대표는 "우리가 빚는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안동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이육사 선생의 정신을 담은 문화유산입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농민들과 함께 더 좋은 포도를 재배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와인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 264 청포도 와이너리를 찾은 한 참가자가 이육사 선생의 대표 시 「청포도」 앞에서서 시에 담긴 정신과 와인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 낭송을 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와이너리 견학을 마칠 무렵에는 와인을 넘어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현장을 함께한 탁계석 K-클래식 회장은 "전국 문학동아리와 연계해 이육사 와인을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 보자"며 "박경리 선생 탄생 100주년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행사와 연결하면 한국 와인의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동수 대표도 "좋은 제안"이라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육사 선생은 「청포도」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안동 도산면의 칠월 역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었다. 그 청포도는 이동수 대표의 손끝에서 한 병의 와인이 되고, 이육사의 문학과 안동의 역사, 그리고 한국 와인의 미래를 함께 담아낸다. 264 청포도 와인이 품은 향기는 술을 넘어 문학과 문화, 지역의 정체성을 잇는 또 하나의 '청포도'로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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