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곁에서 쓰러진 교감, 순직 인정받아…법원, 교육의 헌신에 응답법원 “업무상 극심한 스트레스가 대동맥 박리 유발”…행정판단 뒤집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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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교총 슬로건 (사진=뉴스보고 DB) ©오영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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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고, 서울=오영세 기자] 아이들 곁에서 교육의 최전선에 서 있던 한 교사의 죽음이, 마침내 국가로부터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6월 4일, 서울행정법원 제8부는 2022년 10월 경기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고(故) 고숙이 교감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 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고인에게 고혈압이라는 기저질환이 있었으나, 근무 중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대동맥 박리 유발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업무 외에 건강을 악화시킬만한 다른 요인이 없고, 고인은 정기적 운동 등 건강관리를 성실히 해왔다는 점도 판결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 고숙이 교감은 재직 중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 신고 사건, 교권 침해 대응, 코로나19로 인한 교사 공백 보충 등 다중 사건의 처리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다.
특히,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하고 학부모와의 갈등이 겹치는 상황에서 고인은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었다. 더구나 초과근무에도 이를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업무에 몰두했던 상황까지 법원은 주목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강주호)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고인의 교육 사랑과 헌신을 예우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마땅한 판결”이라며 “2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은 유족의 용기와 투쟁에 깊은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앞서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와 공무원재해보상위원회는 고인의 순직을 두 차례에 걸쳐 기각했다. 교내 사건 처리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정하면서도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교총은 “행정기관의 반복된 불인정에도 유족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고, 법이 정의를 밝혔다”고 평가했다.
교총은 또, 순직 인정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백승아 국회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의 순직 승인율은 단 26%로, 소방·경찰·일반공무원보다도 현저히 낮다. 교총은 “업무 특수성에 비해 인정 기준이 엄격하고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순직 심의위원회에 유·초·중 교원 참여 보장 △교육청 내 유가족 지원시스템 구축 △심사기간 단축 및 입증 지원 확대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강주호 회장은 “학교 현장의 고통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이 반복되면, 결국 현장 교사들은 또다시 고통을 감내하다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한 사람의 순직 인정에 그치지 않는다. 교총은 오는 6월 14일(토) 오후 2시, 교사노조와 전교조와 함께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인천 특수학교 교사, 제주 ○○중 교사 등의 순직 인정 촉구와 함께, 교권 회복을 위한 사회적 요구도 함께 쏟아질 전망이다.
한편, 교총과 경기교총은 그간 순직 인정 탄원서 서명운동(7266명 참여), 국회 간담회, 소송비 500만 원 지원 등 전방위적으로 고인의 순직 인정을 위해 움직여 왔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사회적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사명 아래 묵묵히 일해 온 교사의 죽음이 뒤늦게나마 국가에 의해 ‘순직’으로 불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교원 사회 전반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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