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 전국 92개 교원단체 한목소리…“정당한 훈육이 어째서 학대인가”제주 교사 추모, 1만 교원 광장에 서다…“교사는 죄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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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6월 14일 제주 교사 추모집회 현장에선 곳곳에서 오열이 터져 나왔다. (사진=한국교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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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고, 서울=오영세 기자] “지도는 교육입니다. 학대가 아닙니다.” 교사들의 절규가 다시 광장을 가득 메웠다.
6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 국립고궁박물관 서측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전국 3대 교원단체가 공동 주최한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 약 1만 명은 이 자리에서 교사 한 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호소를 쏟아냈다.
![]() ▲ 6월 14일 토요일 오후 종로구 효자로 일대에 앉은 교사들이 “교권 보호, 법‧제도 개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교총) |
이번 집회에는 총 92개 교원단체와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이는 2023년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1년 4개월 만의 대규모 교원 집회이자, 교총‧전교조‧교사노조가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상징적 자리였다.
이들은 현장교사의 생생한 증언과 유족의 편지를 통해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했고, 동시에 교육부와 국회, 시도교육청을 향해 구체적이고 절박한 개혁 요구를 터뜨렸다.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첫 번째 요구는, 故 제주 교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이었다.
![]() ▲ 강주호 교총 회장(왼쪽)이 절박한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한국교총) |
교총 강주호 회장은 “결석한 제자를 걱정했고, 담배를 피운 학생을 훈육했을 뿐인 선생님께 되돌아온 건 하루 열 번의 민원 전화와 ‘학대자’라는 끔찍한 낙인이었다”며 “그는 끝내 혼자 싸우고, 혼자 견디다, 혼자 떠났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은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시스템의 방기 속에 이루어진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며 “진정한 추모는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요구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이다. 현행법상 정서학대의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해, 정당한 생활지도나 훈육조차 아동학대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교사들의 주장이다.
현장 발언에 나선 한 교사는 “실험 중 면도날로 교과서를 찢는 학생을 말렸더니, 학부모가 ‘목소리가 커서 아이가 공포심을 느꼈다’며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교사는 “무단결석한 학생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했는데, 학부모가 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며 “이제 교사는 학생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마저도 경찰 조사 각오를 해야 하는 세상”이라고 토로했다.
![]() ▲ “교권보호, 법‧제도 개선!” 파란색 피켓을 든 교사들이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일제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교총) |
세 번째로 교사들은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교사 개인이 민원 전화를 직접 받고 응대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가 교사들을 끊임없이 소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M초 송욱진 교사는 “개학 첫날부터 교실에 무단침입한 학부모, 3월 한 달간 경찰이 9번 출동했던 상황, 그리고 민원내용을 ‘개소리’라 조롱한 SNS 게시물까지… 그 모든 상황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며 “교사에게 악성 민원은 단순한 불편이 아닌 생존의 위협”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교사 개인 연락처로 민원을 받지 않도록 하고, 온라인 민원접수시스템을 구축해 교사가 직접 응대하지 않도록 하라”며 “녹음 가능한 민원상담실과 녹음 전화기, 학교장 중심의 실질적 민원대응팀 운영 등 법적 방어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 번째 요구는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이다. 교사들은 선거철마다 교육 공약을 평가할 수 없고, SNS ‘좋아요’ 하나조차 조심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교육정책 논의의 당사자로부터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 ▲ 한국교총,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대표들이 무대 위에서 정책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교총) |
교사노조 이보미 위원장은 “교육정책을 만드는 데 교사는 주체가 아닌 객체로 취급되고 있다”며 “근무 외 시간, 직무와 무관한 범위 내에서 정치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교사의 자기 결정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유족과 동료 교사의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고인의 동료 교사는 “옆에서 위로해주고, 도와주고, 과학 자료를 밤늦게까지 함께 찾던 선생님이 어느 날 사라졌다. 그 힘듦과 고통을 미리 나누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고인의 아내는 “학생을 바로잡으려 한 일이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을까요. 아이들 곁에 가장 따뜻하게 있었던 사람인데, 그에게 돌아온 건 비난과 조롱이었다”며 “남편의 이름을 명예롭게 되찾아주고 싶다. 아이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란다”고 대독 편지를 통해 전했다.
집회의 말미에는 ‘꺾인 꽃의 행진’과 ‘이제 손잡아요’ 등 추모곡이 흐르고, 전국 교원이 한 목소리로 공동성명서를 낭독했다.
![]() ▲ “순직 인정! 진상 규명!” 광장에 앉은 교원들이 붉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교총) |
성명서는 “교사에게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안전하게 가르칠 권리가 있다”며, ▲故 제주 교사의 죽음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 ▲무고성·보복성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민원응대 시스템 전면 개편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 4가지 요구를 강력히 촉구했다.
3개 교원단체는 “오늘의 외침이 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강한 연대로 나아가겠다”며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 모두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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