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늦게 핀 꽃도 과학의 주역이 될 수 있다”…美 아르곤연구소 강동현 박사의 전언경력·나이 편견 없이 능력으로 평가…“한국, 다양성이 경쟁력이라는 걸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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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에너지 기술을 연구 중인 강동현 박사가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2025 World Congress of Korean Scientists & Engineers)’가 열린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르곤국립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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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고=오영세 기자] “늦게 핀 꽃도 과학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꽃을 기다려줄 토양이 한국에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강동현 책임연구원이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과의 만남’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자로 활동하기까지 한국 사회의 편견과 벽을 넘어야 했던 과정을 회고하며, “기회를 주지 않는 시스템이 인재를 흘려보내고 있다”고 일갈했다.
강 박사는 서강대학교에서 무기화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에서 2년여 동안 배터리 개발을 담당했지만, 연구 현장으로 복귀하고자 했던 그는 한국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나이와 기업 경력 때문에 교수 채용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이 많았다”며 “한국은 산업 경험을 오히려 ‘결격 사유’처럼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 ▲ ‘광복 8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과의 만남’ 세미나 전경 (사진=아르곤국립연구소) |
그가 선택한 길은 ‘탈조선’이 아닌, ‘가능성을 찾아 떠나는 과학자’의 길이었다. 그는 미국 아르곤연구소에서 그간의 산업 경험을 오히려 ‘연구 스케일업의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논문 수나 학벌이 아닌 지금 할 수 있는 연구 능력과 잠재성이 평가 기준이었던 것이다.
“미국은 연구자가 무엇을 해왔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나이도, 스펙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창의적인 시도를 신뢰하고 기다리는 문화가 있죠.”
이러한 차이는 강 박사 개인의 경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 이영희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 원로 과학자들마저 중국 등 해외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과학기술계 전반에 걸쳐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연구 생태계가 인재 유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진 연구자부터 은퇴한 석학까지, 한국은 왜 이렇게 많은 과학자들을 놓치고 있을까요? 결국은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틀에 맞는 사람만 뽑는 문화가 문제입니다.”
강 박사는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위계’나 ‘서열’이 아니라 ‘시도’와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늦게 시작했더라도, 산업을 거쳤더라도, 연구의 길에 서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편견 없는 기회와 열린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한국도 배워야 합니다. 나이, 경력, 출신을 내려놓고 실력과 열정으로 평가하는 시스템만이 미래 과학을 이끌 수 있습니다.”
강 박사의 전언은 한국 이공계의 오래된 벽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늦게 핀 꽃도 과학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지지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지금 한국 과학기술계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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