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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①] “분노만으로는 미래 없다”…조희연, 진보의 빈틈에 ‘공화’를 제안하다

민주화 이후의 진보, 왜 ‘함께삶’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혐오와 전투성 넘는 새로운 상상력…“진보의 빈틈은 공화가 메워야”

오영세 | 기사입력 2025/07/23 [01:24]

[기획특집①] “분노만으로는 미래 없다”…조희연, 진보의 빈틈에 ‘공화’를 제안하다

민주화 이후의 진보, 왜 ‘함께삶’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혐오와 전투성 넘는 새로운 상상력…“진보의 빈틈은 공화가 메워야”

오영세 | 입력 : 2025/07/23 [01:24]

▲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스보고 DB)


“뉴스는 보물이다, 뉴스보고가 지킨다. – News Repository –”

【뉴스보고=오영세 기자】 기획을 시작하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그 민주주의는 점점 파편화되고 있다. ‘진보’라는 이름 아래 쏟아지는 분노와 혐오, 전투적 언어는 무엇을 지켜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뉴스보고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한 『공화적 진보, 트랜스내쇼날 진보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를 바탕으로, 진보의 철학적 전환과 정치적 상상력을 새롭게 짚어보는 3부작 기획을 연재한다.

 

이 기획은 단지 한 전직 교육감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살고 있으며, 어떤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함께 삶’의 윤리를 다시 사유하려는 시도다.

 

“진보는 더 이상 분노의 힘만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함께 살아갈 상상력’이며, 이를 회복해야 민주주의 이후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7월 23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10주기 추모 모임’에서 발표한 글이 학계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발표문 제목은 다소 길다. 『‘공화적 진보’, ‘트랜스 내쇼날 진보’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다시 쓰는 진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명료하다. 진보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정치철학의 탐색, 그것이 바로 조희연 전 교육감이 던진 메시지다.

 

그는 “민주화의 성공은 우리를 자유롭게 했지만, 그 자유는 때때로 각자도생과 갈등의 연료가 되었다”며 “이제 진보는 ‘민주정’을 넘어 ‘민주공화정’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먼저, 1970~80년대 한국 진보의 원형인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과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 당시의 진보는 말 그대로 “정의에 불타는 분노”였다. 전두환 정권의 폭압과 광주학살, 고문과 사찰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갈망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권위주의는 무너졌고, 촛불혁명과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지나며 민주주의는 제도화되었다. 조 전 교육감은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민주주의는 승리했지만, 왜 진보는 흔들리는가?”

 

그는 “분노와 증오만으로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때는 보수적 반대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혐오’를 동원하고, ‘미러링’으로 감정적 통쾌함을 얻지만, 그것은 승복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한 인터넷 글을 인용하며 이렇게 쓴다.

 

“나와 입장이 다른 이들을 향한 조롱과 저주는 잠깐 속이 시원할 수 있지만, 곧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이건 아닌데…’”

 

이런 진보의 모습은 결국 과거 자신이 맞섰던 ‘적’의 방식과 닮아가는 아이러니에 빠진다는 것이다. 조 전 교육감은 이를 “진보의 자기소진(self-consuming)”이라 부르며, 이제는 새로운 정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진보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공화’라는 새로운 상상력

 

조 전 교육감은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공화적 진보(Republican Progressivism)’다. 여기서 말하는 공화는 단순히 ‘공화주의(republicanism)’나 ‘반군주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공화의 의미를 “함께삶(togetherness)”이라고 정의한다.

 

“공화는 공동체적 책임과 연대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풍요롭게 만드는 정신이다. 그동안 우리는 민주성(性)은 철저히 천착했지만, 공화성(性)은 고민하지 않았다.”

 

공화적 진보는 자율과 권리만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넘어, 공동선과 책임성을 품은 공동체적 정치로 나아가려는 제안이다. 이는 곧, 개인의 전투성이 ‘모두의 공존’과 연결될 때에만 건강한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교육 갈등 사례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주체가 민주적 전투성을 갖는 지금, 학교조차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 되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조 전 교육감은 전남대 김상봉 교수가 제시한 개념인 ‘영성 없는 진보’를 인용하며, 진보가 다시금 도덕적 영감과 헌신의 정신, 즉 ‘영성(spirituality)’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다음과 같이 다시 정의한다. “진보는 더 많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더 넓은 공동체를 위한 상상이다.”

 

그는 ‘내로남불’ 정치, 성선설적 동지 옹호와 성악설적 적대 규탄을 반복하는 정치구조를 극복하려면 ‘공화의 원칙’에 따른 일반적 규칙(general rule)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사청문회, 검찰개혁, 산하기관 임명 등에서 여야의 반복적 공방은 결국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민주경쟁체제’의 비극이라는 것이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진보가 이른바 ‘민주정’을 넘어서 ‘민주공화정’의 정신을 새롭게 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새로운 진보의 흐름은 진영 대결의 정치를 넘어, 공동체적 성찰과 제도적 실천을 결합하는 진보다.

 

그는 말한다. “진보의 헤게모니는 혐오와 미러링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공화’의 정신만이 진보의 미래를 열 수 있다.”

 

그의 발표는 단지 개념적 제안이 아니다. 그는 교육감 재임 당시 실제로 ‘공화적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역지사지형 성찰교육’을 정책으로 펼쳤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적 공화주의”였다고 회고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가 제안한 ‘공화적 민주시민교육’, 그리고 민주주의 이후의 교육이 길러야 할 시민의 미덕인 ‘역지사지형 성찰성’에 대해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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