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보고

[기획특집③] “진보는 국경을 넘어야 한다”…조희연, ‘트랜스내셔널 공화’로 확장 제안

안중근의 ‘동양평화론’부터 세계정부까지…진보, 국경을 넘다
국민국가를 넘어선 공공성, 트랜스내쇼날 진보가 던지는 시대적 질문

오영세 | 기사입력 2025/07/25 [15:12]

[기획특집③] “진보는 국경을 넘어야 한다”…조희연, ‘트랜스내셔널 공화’로 확장 제안

안중근의 ‘동양평화론’부터 세계정부까지…진보, 국경을 넘다
국민국가를 넘어선 공공성, 트랜스내쇼날 진보가 던지는 시대적 질문

오영세 | 입력 : 2025/07/25 [15:12]

▲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스보고 DB)


“뉴스는 보물이다, 뉴스보고가 지킨다. – News Repository –”

【뉴스보고=오영세 기자】 서울시교육감 10년을 마친 뒤, 조희연 전 교육감이 다시 ‘진보의 철학’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제안한 키워드는 ‘공화적 진보’.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진보는 더 이상 국경 안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공화적 진보를 ‘트랜스내셔널(초국가적) 진보’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보는 왜 국경을 넘어야 하는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이 질문에 오래 고민한 듯 망설임이 없다. “지금의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기후위기, 글로벌 불평등, 전쟁과 이주, 플랫폼 자본주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모두 초국가적이다. 그렇다면 진보도 국경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조 전 교육감은 7월 23일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주최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10주기 추모 모임’ 발표에서 ‘공화적 진보’에 이어 ‘트랜스내쇼날 진보(trans-national progress)’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민주주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진보의 상상력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기획이자, 21세기형 공공성과 윤리의 대전환 제안이기도 하다.

 

그는 교육감 재임 시절의 강연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교사들에게 “여러분은 이중국적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대한민국 국적, 다른 하나는 ‘지구공화국 시민’이라는 국적입니다”라고 말해왔음을 소개한다. 단지 상징적 표현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윤리적·정치적 정체성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여기서 ‘공화국’을 단순히 제도적 의미로 보지 않는다. 조 전 교육감은 “‘공화’란 국가 간의 협치가 아니라, 인류 보편 가치에 기반한 지구적 연대의 원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상적 전거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제시한다. “폭탄을 던진 혁명가가 감옥에서 공동은행, 공동화폐, 공동군대를 구상했다는 점은 오늘날의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그는 안중근의 사상에 깃든 핵심은 “침략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중국의 대립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공존 질서를 상상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미 ‘국민국가적 민족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최초의 트랜스내쇼날 사상가였는지도 모른다”고 평한다.

 

하지만 이런 초국가적 평화 상상력은, 20세기 냉전의 시기 속에서 급속히 소멸됐다. 그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사회주의 진영 내부의 분열. 중소분쟁을 계기로 국제주의의 이상은 갈라졌고, 이후 각국은 현실주의적 국가 이익으로 회귀했다.

 

둘째, 자유진영 내에서의 미국 중심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1955년 반둥회의와 비동맹운동 등 제3세계의 연대도, 한국전쟁과 냉전 프레임에 갇혀 의미를 확장하지 못했다.

 

이후 수십 년간 한국 사회는 ‘일국주의적 민족주의’의 궤적을 걸어왔다. 그러나 조 전 교육감은 “이제는 그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트랜스내쇼날 진보는 냉전적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대의 상상력이다.

 

그는 오늘날의 조건에서 다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문화적으로는 BTS‧기생충‧오징어게임을 통해 세계적 소프트파워를 갖게 되었다. 중국 역시 미국과 G2로 맞서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힘의 축으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는 더 이상 ‘약소국 피해자’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도, 초국가적 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피해자적 진보’의 한계를 짚는다. “우리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군국주의 회귀에 분노한다. 그러나 분노에만 머물면 진보는 피해자성에 갇힌다. 이제는 성찰과 책임, 그리고 새로운 설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것이 한국이 ‘트랜스내쇼날 진보’의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다.

 

조 전 교육감은 그 실천 전략으로 ‘지구적 주권(global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자본과 플랫폼, 기후위기와 분쟁, 기술혁명에 대응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초국가적 주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근대 이후 정치는 주권으로 자본을 통제해 왔다. 이제는 지구적 자본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구 주권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 전 교육감은 구체적인 제안도 덧붙인다. 유엔 제5사무국 서울 유치, 유엔 평화대학(원) 동아시아 캠퍼스 설립, 용산 미군기지에 ‘평화타워’ 건립 같은 상징적 플랫폼을 통해 서울을 지구적 평화 허브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다. “서울은 여전히 분단과 냉전의 최전선이자, 동시에 글로벌 문화도시다. 이 이중성을 뛰어넘어 세계사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성공회대학교의 ‘국경없는 민주주의연구소’, 참여연대의 ‘지구촌 참여연대’ 전환 같은 시민사회의 상상력도 제안했다. 교육자로서의 그는 “한국형 지구시민학교” 설립 구상도 내비쳤다. “우리 아이들이 지구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기후‧생태‧평화‧공존의 시대적 가치에 눈을 뜨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진보는 이제 분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화적 감수성과 지구적 상상력이 결합할 때, 우리는 다시 시대의 길을 열 수 있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길, 그것이 트랜스내쇼날 진보의 시작이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제안한 ‘공화적 진보’ 3부작은 분노와 전투성을 넘는 새로운 진보의 길을 상상하게 한다. 분노의 정치에서 ‘함께삶’으로, 대결의 정치를 넘어 ‘공화적 시민성’으로, 그리고 국경 안의 민주주의를 넘어 ‘트랜스내셔널 공화정’으로.

 

조 전 교육감의 이 제안은 단지 하나의 교육철학이 아니라, 진보가 나아갈 다음 시대의 방향을 묻는 성찰이자 선언으로 읽힌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이동
메인사진
덕수궁 석어당, 봄의 문을 열다…살구꽃 피어나며 궁궐 풍경 물들여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